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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LazyDev/Earthian

자급자족의 생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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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내가 살아오면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자급자족이라는 키워드다. 말그대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고 만족하는 삶이다.

 

내가 이 키워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 근원을 거슬러 찾아가려면 사실 자연을 동경하는 내 성향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난 어릴 적부터 땅에서 무언가가 솟아나고, 생명이 태어나고 죽고, 다양한 생물들이 생태계를 이루고 하는 이런 것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TV를 봐도 항상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 채널이 내 최애 채널이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서 고등학생 때 접한 헨리 데이비드소로우의 월든이라는 책에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만을 취하고 사는 삶"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공감을 느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자연 속에서 정말 "살아있음"이라는 본질에만 집중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배웠다.

 

"산다"는 현실에 파묻혀서 그런 것들을 잊고 산지가 꽤 되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야 다시금 그러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들이 봄을 기다리기 어려운 새싹들처럼 고개를 쳐들고 나오고 있다. 

 

 

먼저 살아남기

그렇다면 나는 법정스님마냥 무소유의 삶을 추구해야 하는 것일까? 뭐 나는 사실 실제로 스님이 되려고도 준비를 한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생각이 다르다. 

 

과거야 관례처럼 수행자들이 걸식을 하고 공양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을 뿐더러, 물질적 무소유가 곧 깨달음인 것은 너무나도 아닌 말이다.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에는 참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먼저 "살 수 있어야"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고 싶다.

 

과거 인류의 조상들을 살펴보면 동굴에서 살면서 불을 만들고, 고기를 사냥하고, 채집을 하면서, 맹수들의 위협으로부터, 추위로부터, 기생충과 벌레의 위협으로부터, 기후의 변화로부터 우리의 몸을 지켜야 했다. 그러면서 약학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보안과 군대가 생기기 시작했고, 건물이 세워졌고, 다양한 도구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러한 발달한 도구들을 나는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도구들이 "생존"이라는 것에서는 조금 거리가 멀어져서 "쾌락"을 위한 도구가 되거나, 다른 어떤 용도라고 보기보다 말이다. 왜냐하면, 먼저 살아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산다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컨데 일을 하고 성과를 얻으면서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법을 알고 직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러한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면 사실 너무 연약한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사막 한 가운데, 바다 한 가운데 떨어지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주어진 것은 자연의 자원 밖에 없는 상태에서 나는 유용한 것을 만들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 누리고 있는 만족스러운 상태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연약한 상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지금의 의존적 성향 때문이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약에 의존하다보면 몸의 기능이 퇴화하고, 스마트폰에 의존하면 전화번호를 기억할 수 없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나와있는 다양한 제품들에 의존하면서 그것이 없게 되면 생존할 수 없는 무지한 상태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자급자족의 만족

여기에서 내 안에 이런 반론이 나온다. 어차피 혼자서는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생산해낼 수 없잖아. 그렇기 때문에 분업이 생기고, 전문성이라는 것이 생기게 된 것이지.

 

맞는 말이다. 우리가 현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전문화와 분업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세부적으로 다뤄야할 지식들은 방대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삶을 살면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 것일까? 사실 만족은 기본적인 기준이 충족되면 충분히 올 수 있고, 집에서 만든 요리가 배달음식보다 만족스러울 확률은 월등히 높다.

 

물론 1등급 쉐프가 요리를 해준다면 좀 더 맛을 있을 수 있겠지만, 내 몸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은 내가 훨씬 더 잘한다. 

 

자급자족의 사실 가장 좋은 점은 위에서 열거한 이유들보다는 "생존"이라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객이 전도되어서 밥을 먹어도 생존을 위해 먹기 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먹고, 생존을 위해서보다는 더 큰 TV를 사고 싶어서, 더 좋은 차를 사고 싶어서,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어서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피상적인데 신경이 집중되게 되고, 건강한 삶이 아닌 욕심을 채우기 위한 삶이 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자급자족을 하다보면 그런 "생존" 외에 모든 것들이 "본질"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고 나에게 필요한 것들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닐 뿐더러, 자신에게 정말로 만족감을 주는 요소가 아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연 우리는 산업화와 분업화 등에 힘입어서 삶의 질이 대폭으로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평균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개인 차원의 행복과 만족의 수준은 어떠할까?

 

일례로, 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음식은 맛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건강이라는 측면에도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내가 먹는 모든 음식들에 대해서 나와의 어떤 연결성을 느끼지 못한다. 파우치에 들어있는 죽과 감자탕 이런 것을 보면 그것들이 마치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찍어낸 공산품처럼 느껴질 뿐이지, 땅에서 뿌리뻗고 햇볕을 받으면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을 맞고 벌레소리를 듣고 서리를 맞고 자라난 어떤 생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것들을 내 입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반대로 내 손으로 직접 키우고 어디에서 어떻게 자란줄 알고 있는 옥수수나 내가 애정을 쏟은 밀과 달걀로 만든 빵을 만들어 먹어본다고 해보자. 과학적으로 그 성분을 비교해보면 다를 것이 없겠지만, 과연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세상에서 둘도 없이 맛있고 건강한 빵이 될 것이고, 빵 부스러기 하나 남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 배를 배불리는 이 과정이 너무나도 소중할 것이고, 그 기쁨을 이웃과 나누고 싶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단순히 사랑하게 되기 보다는, 바로 우리가 쏟은 애정과 노력과 시간만큼 생기는 것이다. 내 삶을 지탱하고 나를 살아숨쉬게 하는 것들을,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욕심으로 만든 것들로 채우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싶기에 자급자족을 생각한다.

산다는 본질에 집중하고 싶어서 자급자족을 하려한다.

 

자급자족의 범위

자급자족의 필요성은 알아보았지만, 그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자급자족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자급자족의 정의는 정확히 무엇일까? 혼자 한다는 것이 자급자족일까?

 

나는 이렇게 정의내리고 싶다. 인간적인 스케일에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스스로를 충족시킨다라고 하면 어떨까. 인간적인 스케일이라는 것이 꼭 가내수공업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컴퓨터를 쓸 수도 있고, 다양한 것들을 쓸 수 있겠지만, 조건은 주어진 환경과 자원을 충분히 활용한다는 것이고, 외부 공급이 중단되는 것으로 시스템에 마비가 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생존과 결부시키는 자급자족의 범위는 에너지와 식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와 식량을 시스템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고, 여분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준이 된다면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끔 보면 정말 태양광 뿐만 아니라 수력으로 에너지를 발생시키거나, 컴퓨터를 직접 만들거나, 커피 로스터를 직접 만들어버리기도 하는 등,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만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것까지 자급자족하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게 느껴지는 정도가 있을 때가 있다.

 

그런 부분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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