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중간고사를 마치고, 여전히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지만 손에 들어오지 않아서 내가 좋아하는 책 하나를 책장에서 꺼내들었다.
The Timeless Way of Building 이라는 Christopher Alexander라는 건축가가 쓴 책이다. 세상에 오랜기간 살아남고,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데에는 어떤 패턴이 있고, 이것을 공간에 적용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는 내용의 책이었던 것으로만 간단히 기억하고 있다.
그냥 이전에 읽었을 때, 왠지 모를 편안함과 통찰과 실용성을 느꼈기에 내가 좋아하는 책 리스트에 들어가 있다.
도서관에 가서 새로운 책을 뭔가 빌려와서 읽어볼까 아니면 다른 책을 읽어볼까 고민을 하다가 무심결에 집어들게 되었고, 그 선택은 현재 상당히 만족스럽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들이 쓰여있었기 때문이었다.
One man is free at that one instant when you see in him a certain smile and you know he is himself, and perfectly at home within himself... ...This wild freedom, this passion, comes into our lives in the instant we let go.
It is when all our forces can move freely in us. In nature, this quality is almost automatic, because there are no images to interfere with natural processes of making things. But in all of our creations, the possibility occurs that images can interfere with the natural, necessary distort the things we make, is familiar in ourselves. For we ourselves are, like our works, the products of our own creation. And we are only free, and have the qulity without a name in us, when we give up the images which guide our lives.
Yet each of us faces the fear of letting go. The fear of being just exactly what one is, of letting the forces flow freely; of letting the configuration of one's person adjust truly to these forces.
Our letting go is stifled, all the time, so long as we have ideas and pinions about ourselves, which make us hug too tightly to our images of how to live, and bottle up to these forces....
...And yet, untill one does let go, it is impossible to be alive. The stereotypes are restricted; there are very different configurations.
- Chapter Being Alive 48p
이 구절을 읽고 나서 나는 아래 릴케의 시가 떠올랐다.
이따금 나는 륨 드 세인 같은 거리의 조그만 가게의
윈도우 앞을 어정거리는 일이 있다.
그것은 고물상이나 조그만 헌 책방의 동판화를 파는 가게로
어느 윈도우에나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많이 들어차 있다.
나는 손님이 한 사람도 들어가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아마 장사를 하려고 가게를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역시 거기에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앉아서 무엇을 읽고 있다. 정말 한가한 모습이다.
내일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부자가 되려고 억척을 피우는
모습이란 눈곱만치도 없다.
발치에는 살이 찐 개가 배를 깔고 누워 있다.
개가 아니면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꽂혀 있는 책에
몸을 비비며 표지의 등 글자를 지우듯이 걸어 다닌다.
그것은 주위의 조용함을 더욱 깊게 하는 것 같다.
아아, 이런 생활에 만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느 가게 하나를, 구닥다리 물건이 차 있는 윈도우를
고스란히 사들여 개 한 마리와 함께 그 안에서
20년쯤 앉아 있을 수 있다면 하고.
- 릴케 시
Nothing to keep, nothing to lose. No possessions, no security, no concern about possesssions, and no concern about security: in this mood it is possible to do exactly what makes sense, and nothing else: there are no hidden fears, no morals, no rules, no undercurrent of constraint, no subtle sense of concern for the form of what the people round about you are doing , and about all no concern for what you are yourself, no subtle fear of other people's ridicule, no subtle train of fears which can connect the smallest triviality with bankruptcy and loss of love and loss of friends and death, no ties, no suits, no outward elements of majesty at all. Only the laughter and the rain.
And it happens when our inner forces are resolved.
자연스럽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들어가고 성과를 내야 하거나 삶이라는 것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본질적인 삶의 가치보다는 "먹고 살기 위한 삶"을 살아가게 되고, 그러한 가치가 전도되는 것을 경험하고는 한다.
정말로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먼저 돈을 벌고, 커리어를 쌓고, 집이 생기고, 배우자가 생기고,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을 할 때나 누릴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가치의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자유와 행복을 지금이 아닌 나중으로 미루고, 그러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을 희생해야 한다는 사고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과정을 한 번 생각해보면 이렇게 아까운 일이 없다. 100년 안되는 세월을 살면서 자유롭고 행복한 것을 뒤로 미루고, 온갖 조건에 따라서 오는 것으로 규정한다면 우리의 삶 중에 정말 자유로운 시간은 얼마나 될까?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돈이 아무리 많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환경에 있게 되더라도 결국 온전히 자기자신이 될 수 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속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지금 주어진 현재라는 시간이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것을 내려놓는 것, 온갖 집착과 긴장을 내려놓고 사는 법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결코 게을러진다는 뜻이 아니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베짱이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산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고,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고, 허황된 꿈을 쫓지 않는다는 것이며, 나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텅빈 상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빼았길까 두려운 것도 없고, 이루지 못할까 두려운 것도 없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주어진대로 단순하게 사는 듯하지만, 그는 오히려 현재를 삶으로 인하여 과거와 미래라는 구분이 사라진 영원한 공간을 살게 된다. 후회도 걱정도 없는 온전한 만족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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