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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LazyDev/Earthian

이제는 집중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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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생각한 것들을 꺼내보면 아마 방 전체 공간을 메우고도 남을 것이다. 왜 그렇게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했을까. 물론 당연히도 잘살고 싶고, 효율적으로 살고 싶고, 내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됐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충분히 고민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취직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나라도 컬리지도 학과도 신청을 했다. 그럼 이제는 해야 하지 다른 것에 집중이 흩으려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항상 움직이는 생각을 꽉 잡아두지 않으면 언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것이 바로 생각이라는 것이다. 지금 데이터 공학자부터 웹 백엔드 개발자를 거쳐 임베디드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왔다. 그리고 학과는 전자공학에까지 왔다. 내가 데이터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썼던 글에서도 나오지만, 나는 어떤 기술적인 부분보다도, 그리고 사실 취업이라는 현실보다도 뭔가를 깊이 배우고 통찰을 얻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데이터에서 백엔드 그리고 임베디드와 전기까지 온 순서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보여지는 겉에는 관심이 없고 그 근본적인 원리에 대한 이해와 응용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속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 그 자체에서 큰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 관점에서 물리학을 접하고 화학을 접하고 수학을 접하니 이렇게 재밌는 과목이 없다.

 

임베디드라는 시스템 역시도 하드웨어 그 자체가 흥미롭다기보다는 베일에 가려지고 추상화되었던 무엇인가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원리를 이해하고 싶다는 것은 더 들어가면 내 삶에 대한 통제 불가능한 상태를 스스로 통제하고 싶은 갈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내 삶을 나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난 여기에서 사실 "나"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이 세상이 무엇인지도 잘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나는 생태계가 움직이는 모습과 과학이라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고 공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었다. 그러다가 과학을 통해서는 결코 근본적인 것까지는 알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철학과 불교에 심취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불교적 지식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가르침을 얻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자신을 통제한다는 개념에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다시금 과학과 공학이라는 측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극이상주의에서 이제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현실에 발 붙이고 살려고 한다지만, 여전히 이상적인 것은 무의식 중에 깔려있어서 나는 원리에 대한 궁금증이 작동을 한다. 스스로에게 커리어와 삶이라는 것은 어쩌면 구분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다독여보지만 내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막을 수도 없고, 다만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돈만 많다면야, 나는 대학교를 다니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석사학위를 따고 박사과정까지도 공부를 하면서 궁금한 모든 것들을 해소하고 싶고 공부만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해낼 경제력이 없다. 

 

이 나이가 되면서 그래도 느낀 하나는 삶은 내 욕심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 경이로운 자연도, 돈도 그저 간절하기만 하다고 뭔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현실이라는 것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고 어려움을 마주하면 해결하거나 피해야 하는 것이고, 최소한 자신을 도울 수 있어야 남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그래. 이해했다. 내가 왜 계속해서 원리를 공부하고 싶은지, 그리고 얼마나 취업을 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싶은 삶을 살고 싶은지. 그렇다면 이제 뭘까. 이제 여기까지 왔으면, 생각을 버리고 집중만 하면 된다.

 

불교에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배를 타고 피안으로 왔으면, 이제 그 배는 놔줘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 지점에 와서까지 배에 집착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이라는 배를 타고 나는 지금까지 항해해왔다. 방향을 정해서 꾸준히 노를 저어서 왔고, 이제는 내가 가야할 곳에 정착해서 삶을 꾸려가야 하는 시기이지, 아직도 생각이라는 배를 타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 좋은 섬이 있지 않을까. 더 좋은 대륙이 있지 않을까 하는 모험심은 잠시 거둬둘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를 가기로 선택했으면서 여전히 최근에 알게된 학비가 무료라는 독일이나 노르웨이의 대학에 눈이 가기도 했고, 전기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또 학과를 변경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기도 했다. 또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연환경이 좋은 밴쿠버를 먼저 가기로 마음먹지 않은 내 자신이 후회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하루에도 여러번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생각을 그대로 나아가도록 통제하지 않는다면, 나는 내가 한다고 착각하는 이 생각의 노예가 되어서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다시 스님을 하고 싶다고까지 생각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기회를 만들었고, 기회를 잡았으며, 이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또 다시 온갖 생각의 범람으로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제는 이 생각의 힘을 한 점으로 모아서 다른 스테이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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