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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LazyDev/Earthian

유종지미, 시작한 것은 끝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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靡不有初 鮮克有終
미불유초 선극유종

처음이 있지 않은 것은 없고 능히 끝이 있는 것이 적다.

 

 

대왕께서 천하통일의 대업을 착실히 추진하시어
'유종의 미(有終之美)'를 거두신다면 온 천하가 대왕을 우러러볼 것입니다.
《戰國策》<진책(秦策)>

유종의미, 유종의미를 거둔다와 같은 말은 정말 많이도 들어봤다. 근데 과거를 떠올려봤을 때, 내가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이 얼마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니 상당히 떠오르는 것들이 많이 없었다.

 

시작은 창대하게! 끝은 보잘 것 없게! 와 같은 결말이 많았던 것 같다.

 

오늘도 그와 같은 결말을 맞이 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나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작성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코딩 학원에, 소프트웨어 학과 공부에, 독학에 하고 있는 일들이 정말 많다. 감당이 안되는 수준은 아니다. 재밌으니까 망정이다. 문제는 오늘 학원에서 통보해준 이야기였는데, 최근 코로나 상황이 조금 진전이 되고 있어서 기존의 비대면 강의를 중단하고 대면 수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대면 강의가 당연히 좋은 것이지만, 왕복으로 2시간 이상을 길거리에서 버려야 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다고 느껴졌다. 차 멀미도 심해서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곤 한다. 2시간이 작은 시간도 아니고, 버리는 시간 취급하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해보게 된다.

 

그런데 고민을 하다가 학원은 그만두고 독학에 집중할까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독학을 어떻게 하면 되겠다 하는 감도 나름 잡혔고, 괜찮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점괘를 봤는데, 화수미제괘와 천택리괘 4효가 나왔다. 끝맺지 못하고 다친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분수를 알고 끝을 맺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 해석에 지금까지의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합리를 가장한 게으름과 도피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다양한 것들이 그랬다.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점점 어려워지거나 당장에 내가 원하는 목적이 도출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면 포기하거나 다른 곳을 기웃기웃 거리기 시작하는 태도 말이다.

 

이제부터의 삶에서는 내가 충분히 생각을 하고 결정했다면 조금은 믿어주기로 했다. 이후에 어떤 생각이 들었더라도 먼저 시작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무야무야 끝내는 느낌이 아니라,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고, 약간이나마 보여지는 성과가 되고 자신의 실력으로 남을 수 있게 끝에 점을 찍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작은 신중하되, 과정은 단순하게, 끝은 깔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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