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따로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지 않았다. 아니, 최근에 들어서는 좀 많이 건너뛰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슨 슬럼프를 논할 때도 아니고, 마음이 떠났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더 큰 그림들에 집중하고 정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만들어보고 싶은 아이템이라는 것을 구상해보기도 했고, 취직을 하고 어떤 식으로 해나갈 지에 대한 구상도 해보기도 하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맞는 길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이제 입지 않는 옷을 꺼내 버리기도 하고, 책과 온갖 메모를 적어두었던 과거의 메모장들을 버리고 정리하기도 했다.
정리하면서 느낀 거지만, 여전히 나에게 주어진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들이 좀 더 정리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를 할 때마다, 내 머리속에 조금씩의 tension으로 남겨져 있던 것들이 해결되면서 여유가 생기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이는 것도 정리하고, 내 안에 몽글몽글 피어나는 다양한 생각들도 쓸데없는 것은 쏟아버리고, 또 정돈해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최근 일찍 자고 하는데도 뒤숭숭한 꿈을 꾸거나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일찍 눈을 뜨고도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외로움 같은 거였다. 지긋지긋하게도 겪어온 외로움이라는 것이지만, 내가 온전히 이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명상을 할 때 뿐이다. 이 세상이 빈배일 뿐이라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만족스러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특별함이나 완벽함과 같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순간 순간 살아가면서 많이 느낀다. 그것은 일이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인간관계이기도 하고, 보람이기도 하고, 음식이기도 하고, 건강이기도 하다.
나는 이러한 불완전한 어떤 것들 속에 있으면서 살아가기 힘들다고 여겼기 때문에 스님이 되려고도 했었다. 불완전함을 그대로 인정하고 가장 단순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그 역시도 스님이라는 공동체 속에서의 완전함을 찾고자 하는 모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딜가든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불완전함이니 모순이니 하는 말을 하지만, 사실 이걸 좀 더 단순한 단어로 바꿔보면 사랑의 결핍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대상, 또 사랑받을 수 있는 대상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갈망을 하면 할 수록에 나는 이러한 노력이 부질없는 것임을 느낀다. 사랑에는 이별이 따르고, 이별엔 사랑이 따른다지만, 이제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바뀌지 않는 사랑은 인간보다는 동물들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계산하지 않는 동물들이나 식물들 말이다. 내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연에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 역시 이러한 일환이다.
정리를 해야 하는 것에는 물건도 있고, 추억도 있고, 관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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